태안사건(삼성-허베이 기름유출사건)을 보며
태안 앞바다에서 1 만 톤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대선이라는 큰 사건 속에서도 태안사건(삼성-허베이 기름유출사고)1)은 관심을 받으며 40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태안을 다녀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손을 통한 방제가 최선이라고 할 때,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다녀간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 작은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자원봉사와 삼성의 틀을 넘어서
하지만 자원봉사에 대한 열광적인 언론 보도는 오히려 많은 쟁점과 현실을 묻히게 하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자원봉사에 대한 보도는 대선후보와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이벤트로 점철되고 있으며, 어민들의 생계 문제와 보상의 어려움은 제대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1차적인 책임의 소재만을 찾아서 이야기하는 운동단체들의 발언도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단일선체를 규제하지 않은 것, 삼성이 제대로 된 사과발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커다란 문제입니다. 그리고 씨프린스 호 때의 배상처럼 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의 재생을 위한 기금 마련을 오염자인 삼성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화석자본주의
그러나 삼성기름유출사고는 자원봉사, 삼성의 책임, 정부의 규제가 적었다는 것만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됩니다. 한걸음 나아가서 우리는 화석연료의 채굴과 운송, 사용에서 일어나는 - 전쟁과 기후변화, 대기오염 등 - 사회 문제와 환경 파괴의 맥락 속에서 이 문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화석연료의 사용이 자본주의적 생산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깨닫고, 태안기름유출사고를 한국사회의 반자본주의적, 생태적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사고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화석연료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연료입니다. 역사적으로 수력과 목재의 불충분한 공급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가속화와 공간적 확대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 석탄이었으며 20C에는 석탄 사용량의 꾸준한 증대에도 불구하고 석유가 더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화석연료의 여러 특징이 자본의 가속화된 축적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화석연료는 1) 장소에 관계없이 자본이 원하는 만큼 2) 계절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비축하고 투입이 가능하며, 3) 집중화되고 집적화된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기름유출사고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자본주의가 가지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입니다. 전지구적으로 한해 1000여건의 크고 작은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나며, 90년 대 동안 태안 기름유출량의 100배에 달하는 100 만 톤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이것은 70년대에 300 만 톤이었던 것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러니 1차 에너지의 65%(2006년 금액대비)를 석유로 충당하고 있으며, 허베이 스프리트 호의 774배에 달하는 8억 8천 9백만 배럴(유출된 기름의 1 만 배)에 상당하는 석유를 수입하는 한국에서 커다란 기름유출사고가 15년이나 일어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1년에 우리가 쓰는 석유의 0.01%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도 이런 엄청난 재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15년만의 사고이니 다시 계산하면 0.001%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도 이런 파괴가 일어난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겠지요.
피해는 누구에게로 가는가
항상 피해는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에게 돌아갑니다. 이번 문제가 얼마나 화석 자본주의와 연관되어있는가 지적하는 것은, 자본주의 하에서 이윤창출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적, 환경적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하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도적, 법적 틀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맨손 어업민들 그리고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 생태계의 많은 생물들은 어렵고 복잡한 배상절차 속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태안사건은 환경적 피해가 어떻게 약자에게 전가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앞서 배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배상이라는 것의 한계성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것으로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계, 그리고 그와 함께 파괴된 공동체는 결코 원상 복구될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지역의 해안 생태계에 의존해서 살고 있었고, 그러한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파괴된 상황은 곧 공동체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자연에 의존하던 - 즉, 근대사회에서 가장 주변부에 위치한 -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결국 생계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은 누군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일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도시 인근 지역으로 이주할 수 밖 에 없으며, 결국 이것은 도시 빈곤층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공동체의 파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단순히 돈을 벌 수단이 사라져 '이주'한다는 것 정도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마을 공동체는 마을 주민들에게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자원입니다. 수 십 년 동안 함께 한 공동체 생활은 사람 사이의 유대, 고향이라는 장소에 대한 감정 등을 생성해내고 이것은 주민들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공동체가 무너지는 경험은 정서적 공황을 불러오며 이것은 평택, 부안, 새만금 등지에서 주민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자원은 돈으로 메워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의 붕괴에 대한 담론은 실종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반도가 세계적 자본주의의 질서에 편입되고 근대화의 전철을 타는 순간부터 1차적으로 자연에 의존하던 지역 공동체들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처럼 인클로저 운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 기제들이 있어 지역 공동체의 붕괴와 근대적 도시의 성장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여기에는 농산물 가격을 저가로 유지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요인, 신분제의 유산이 남아있던 것처럼 보일 정도의 (도시에서나 받을 수 있는 근대) 교육에 대한 열망, 근대적 도시에 비교되는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습니다. 도시로 나온 이주자들은 임노동자가 되었고, 이것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였습니다.
댐, 골프장, 새만금, 핵폐기장, 기업도시, 재개발 등 근대화의 산물들은 모두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주요한 현상들이었습니다. 이제 태안의 기름 유출 사고도 이 긴 목록에 추가 되었습니다. 태안의 사건을 관리하지 못한 사고로만 여긴다면 그것은 아무런 맥락도 가지지 않은 것이 될 겁니다. 그러나 이것을 지금까지 공동체를 무너뜨려온 힘 - 즉 근대화와 그 물적 토대로서의 자본주의 - 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해석한다면, 태안의 공동체 붕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배상의 문제로 돌아가 볼까요. 새만금의 경우 서해안에 위치하고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던 주민이 많았던 점 등이 태안 등 서해안 피해 지역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이걸 토대로 기존의 배상 속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구조, 계급적 상황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보상에서의 문제]
새만금 공사가 진행되고 보상이 이루어졌다. 여기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구체적으로 보상이 어떻게 주어졌나 보자.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신고를 해야 했다. 신고 기간 안에 제대로 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 이전까지 어업에 종사했더라도 ‘선외’로 구분되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주로 여성이 해 온 갯일의 경우 3년간의 수입을 보상해주는 것이었고 1등급에서 6등급으로 나누어 200~10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주로 남성이 해온 선박 어업의 경우에는 5년간의 수입을 보상해주는 것이었고, 선박이 10톤 미만일 경우 톤수에 따라 3500~7500만원의 보상이 주어졌다. 그리고 한 가정에서 최대 2명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양식업과 같은 면허 어업의 경우 양식장의 시설에 따라 수억의 보상금을 받았다.
여기서 갯일은 3년, 어선 어업의 경우 5년의 수입을 보상한다는 것에서의 불공평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구에 2인 제한을 두면서 보통 보상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받게 되었다. 또한 실제 맨손어업에는 여성이 많이 종사하지만 더욱 많은 남성이 보상금을 받았다.(남성 498명 여성 470명) 보상금의 금액에 있어서도 실제 갯일로 벌어들이는 금액보다 훨씬 적은 돈이 제시되었다. 한 달 100~200만원, 1년이면 보통 1600만원을 넘어간다. 하지만 3년간의 보상으로 주어진 것은 최대 1000만원 이었다.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으로 집행된 보상에 의해 이전까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여성들의 위치는 급격히 하락했다. 배를 타고 반년 이상 객지에 나가 운에 따라 빚을 지기도, 돈을 벌어오기도 했던 남성들과 달리, 맨손어업을 통한 수입은 꾸준한 소득을 보장했다. 실제로 생계를 짊어진 것은 여성이었다.
면허어업의 경우 특히 지역유지, 공무원과 손이 닿은 사람들, 그리고 돈이 있는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건수는 적지만 가장 많은 보상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과 보상에 대한 불평등은 지역 사회를 더욱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씨알 2005년 여름 새만금 현장활동 자료집 중 - "새만금, 그곳엔 여성들이 있다. 윤박경." 에서 참조한 글]
물론 태안의 경우 새만금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허어업과 어선어업/맨손어업 종사자들의 액수 차이, 너무나도 적은 보상비, 그것도 가부장적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어서 보상이 된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세한 어민들, 맨손어업 주민들, 민박집 등 기존의 국가의 관료 시스템으로 잘 통제되지 않던 사람들의 배상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소득을 증빙하는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영세 어민들은 영수증 없이 현장에서 거래를 해왔다고 합니다. 맨손어업의 경우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비, 절차 등이 있어 그냥 면허 갱신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민박집의 경우도 소득 증빙을 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근대적 국가에 체계적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주변에 위치한 사람들은 환경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 더불어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않고 지금까지 탈세를 저질렀다는 도덕적 비난까지 함께.
정신적 문화적 자원인 공동체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그나마 생계를 이어가던 수단도 사라진 주민들에게 또 하나 남은 장벽은 바로 건강의 문제입니다. 원유는 정제되지 않은 기름덩어리로 다량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에 원유의 30%가 휘발되었다고 추정되는데 이것은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다량 흡입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휘발되는 성분은 다방향족 탄화수소와 발암물질인 톨루엔 벤젠 등입니다.
주민들의 대부분이 노령화되어있으며, 일당을 받으며 장시간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급성 증상으로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호송된 사례가 생겨난 것과 방제에 투입된 주민의 절반 정도가 여러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짧게라도 노출되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미약하게나마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건강 문제는 환경적 피해를 짊어지는 한 가지 양상입니다.
자연통제의 환상
사건 이후 한국의 관료와 방제 (기술) 시스템은 그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의 관료와 기술자들을 비웃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연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초기에 정부는 기름유출사고가 그렇게 크지 않으며 멀리 퍼지지 않은 채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이 되면서 그 말을 주워 담아야 했습니다. 예상보다 기름이 퍼지는 속도가 빨랐던 것입니다. 미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요동치는 조류를 따라서 기름은 태안과 보령을 덮치고 그보다 아래에 있는 전라도 제주도까지도 흘러내려갔습니다. 사태 초기에서부터 자연에 대한 완전한 파악은 불가능했고, 자연의 역동성 앞에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내놓은 기술적 해결책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는 것들이었습니다. 유화제의 과다한 사용은 겉으로는 기름을 사라지게 합니다. 하지만 1차적으로 유화제라는 화학물질 자체가 오염을 일으킵니다. 유화제는 다르게 말하면 기름과 물이 섞이게 하는 세제(혹은 계면활성제)입니다. 이 물질 자체가 일으키는 오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독성에 대한 인식이 있기에 정부 측에서는 씨프린스호 사건 이후 다음과 같은 자체 수칙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12년 전의 시프린스 호 사고 이후 수심 10m 이하의 해역과 어장 양식장에 3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지역에서는 유화제를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수심 10~20m 지역은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기타 지역은 책임자가 판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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